‘모계 김용희’의 삶과 학문 재조명

김해김씨 삼현의 학문정신에서 근대 교육으로 이어진 청도 유학의 맥락 조명…지역 역사문화자원의 새로운 가치 제시

김성재 기자
2026-08-21 10:14:19

 

사진=청도군

[경북=K뉴스25] 김성재 기자 =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청도문화원과 경북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며 청도군, 김해김씨 삼현파 자백문중, 모계중·고등학교가 후원한 제36회 경북역사인물학술발표회가 지난 20일 청소년수련관 다목적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발표회는 ‘모계 김용희 선생의 생애와 학문’을 주제로 일제강점기와 현대사의 격동기를 살아간 모계 김용희(慕溪 金容禧, 1862~1942) 선생의 학문 탐구와 후학 양성, 지역 교육과 문화 발전에 대한 공적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그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번 발표회는 단순히 한 인물의 생애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시대 청도를 대표했던 선현들의 학문 전통이 근대에 어떻게 계승되고 지역 교육문화의 기반으로 이어졌는지를 살펴봤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를 더했다.

행사는 1부 개회식과 2부 학술발표회로 진행됐다. 2부 학술발표회에서는 김종하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교수가 ‘모계 김용희의 생애와 교육’을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진행했으며, 이어 임규완 박사가 ‘모계 김용희의 출간서적 연구’, 이상동 박사가 ‘모계 김용희의 필기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자들은 모계 김용희 선생의 생애와 교육 활동, 저술 및 필기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선생의 학문세계가 단순한 한학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후학을 위한 실천적 교육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모계’의 이름에 담긴 선현 계승의 정신**

 

모계 김용희 선생은 탁영 김일손의 14세손으로, 선대의 학문과 절의를 계승한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평생 한학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한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선생의 아호인 ‘모계(慕溪)’에는 선현의 학문과 정신을 계승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모계’라는 이름은 청도의 자계서원과 퇴계 이황의 학문적 전통을 상징하는 ‘계(溪)’를 본받아 선현들의 학문과 덕행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모계 김용희의 학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다.
선생의 학문은 개인적인 지적 탐구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지역에 뿌리내린 유학의 전통을 근대까지 이어가는 계승의 실천이었다는 것이다.

 

**김해김씨 삼현파와 삼족당 김대유로 이어지는 청도 학문의 계보**

 

모계 김용희 선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도에 뿌리내린 김해김씨 삼현파의 학문적 전통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해김씨 삼현파는 고려 말 판도판서를 지낸 김관(金管)을 중시조로 하는 판도판서공파의 별칭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 청도에서 김극일(金克一)·탁영 김일손(金馹孫)·삼족당 김대유(金大有) 등 세 명의 학덕 높은 인물이 배출되면서 ‘청도삼현’이라는 명칭으로 그 역사적 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특히 삼족당 김대유는 김극일의 증손이며 김일손의 조카로, 조광조·조식 등 당대 학자들과 교유했고 청도에서 학문과 후진 교육에 힘쓴 인물이다.
김대유가 1519년 후진 교육을 위해 건립한 삼족대는 청도 유학의 교육공간을 상징하는 역사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또한 청도의 자계서원에는 김일손을 중심으로 김극일과 김대유가 함께 배향돼 있어 세 인물로 이어지는 학문과 덕행의 계보가 청도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기억되고 계승돼 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모계 김용희 선생의 학문과 교육활동은 조선시대 청도삼현으로 대표되는 지역 유학의 전통이 근대 이후에도 단절되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교육으로 계승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삼현의 학문정신, 모계의 교육정신으로 이어져**

 

삼족당 김대유가 삼족대를 통해 후진을 교육하고 학문을 강론했던 전통은 이후 청도 지역의 교육문화에 중요한 정신적 자산으로 이어졌다.
모계 김용희 선생 역시 격변하는 근현대사의 현실 속에서 학문을 놓지 않았으며, 자신의 지식을 후학에게 전하고 지역사회에 교육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따라서 이번 학술발표회는 ‘모계 김용희’라는 한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는 동시에 청도삼현으로 상징되는 조선시대 유학의 전통이 근대 교육으로 어떻게 계승·변용됐는가를 살펴보는 자리라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 특히 모계 김용희의 생애를 삼현파의 역사적 전통과 연결해 살펴볼 경우, 청도 지역의 역사문화는 특정 시대나 특정 인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선현의 학문과 교육정신이 세대를 넘어 이어져 온 하나의 역사적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계집’ 발간으로 학문적 유산 체계화**

 

모계 김용희 선생의 학문적 유산은 후대에도 꾸준히 정리되고 있다.2019년에는 선생의 주손인 김형수 현 모계학원 이사장이 선생의 문집인 ‘모계집‘을 발간해 흩어져 있던 선생의 글과 학문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후대에 전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학술발표회에서 모계 선생의 출간서적과 필기를 별도의 연구 주제로 다룬 것도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선생의 학문세계를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지역 인물 연구가 단순한 기념사업을 넘어 문집과 필기, 교육활동 등 구체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학·문헌학·교육사적 관점에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들 김경곤의 모계학원 설립으로 교육정신 계승**

 

모계 김용희 선생의 정신은 아들인 관재 김경곤(金景坤) 선생에게도 이어졌다.

김경곤 선생은 부친의 뜻을 계승해 1947년 학교법인 모계학원을 설립했고, 이는 오늘날 모계중·고등학교로 이어지며 청도 지역 교육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조선시대 선현들의 강학과 후학 양성에서 시작된 교육정신이 근대의 사학 설립과 현대의 학교교육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모계 김용희 선생의 삶은 청도 교육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결국 김극일·김일손·김대유로 대표되는 청도삼현의 학문과 절의, 삼족당 김대유의 후진 양성 정신, 모계 김용희의 한학 연구와 교육, 김경곤의 학교법인 설립은 시대는 달랐지만 학문을 통해 사람을 기르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려 했다는 공통된 흐름으로 연결된다.

 

**지역사 연구의 지평 넓힌 학술발표회**

 

이번 학술발표회는 청도와 깊은 연관성을 가진 모계 김용희 선생의 생애와 학문세계를 체계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지역사 연구의 폭을 넓히고, 지역에 축적된 역사문화자원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선현의 학문적 전통을 근현대의 교육문화와 연결해 살펴봄으로써 청도 역사문화의 연속성을 확인하고, 지역 인물사 연구가 교육사·문헌학·지역문화사 연구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박권현 청도군수는 “이번 학술발표회는 모계 김용희 선생의 생애와 학문적 업적을 재조명하고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모계 김용희 선생과 같은 지역의 위대한 인물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을 선양하는 일에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지역의 교육·문화 자산들이 청도의 미래를 밝히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회는 ‘선현의 학문을 기억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학문과 교육정신을 오늘의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청도삼현의 학문정신과 삼족당의 후학 양성, 모계 김용희의 학문 탐구와 교육 실천, 그리고 모계학원의 설립으로 이어진 교육의 역사는 청도가 보유한 중요한 지역문화자산이다.

앞으로 이들 인물과 문헌, 교육유산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자료 발굴이 이어진다면 청도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지역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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