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뉴스25] 김성재 기자 = 푸른 산자락이 이어지는 청송의 한적한 시골길.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산과 하늘 사이로 작은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상권도, 번듯한 대형 카페도 아니다. 길안청송로 1659, 한적한 도로 옆에 자리한 소박한 무인카페 ‘쉼표커피’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시골길 옆 작은 가게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청송에서 부모와 함께 살아가며 자신의 꿈을 일궈가려는 한 청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쉼표커피’는 거창한 자본이나 화려한 사업 구상에서 출발한 카페가 아니다.
청년 창업자가 부모님과 함께 청송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비어 있는 공간을 그대로 방치하기보다는 무엇이라도 시작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특히 청년이 떠나고 빈집과 빈 점포가 늘어나는 지방소멸의 현실 속에서, 고향의 작은 공간 하나라도 다시 사람의 발길이 머무는 곳으로 만들어보자는 소박한 뜻이 깔려 있다.
카페 이름도 ‘쉼표’다.
빠르게 흘러가는 문장 속에서 잠시 멈추는 기호처럼,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자는 의미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용객은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여행길에 잠시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청송의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기에도 부담이 없다.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소박한 공간을 따뜻하게 채운다.
유리창 너머로는 청송의 산과 하늘이 펼쳐진다. 도시의 카페처럼 번쩍이는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오히려 꾸밈을 덜어낸 공간에서 시골 풍경이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된다.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면, 바쁘게 지나던 자동차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멀리 이어지는 산자락이 하나의 풍경이 된다.
이곳의 특별함은 어쩌면 ‘무엇이 많아서’가 아니라 ‘비워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청년 창업자가 꿈꾸는 것은 단순히 카페 하나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부모님과 함께 청송에서 살아가며 농촌에서의 삶과 창업을 연결하고, 언젠가는 청송에서 농업과 창업을 통해 경제적으로도 자립하는 이른바 ‘부농’의 꿈을 품고 있다.
그 꿈은 아직 진행형이다.
그러나 지방에서 청년이 머물고, 부모 세대와 함께 새로운 일을 만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작은 카페 하나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지방소멸은 거대한 통계와 정책의 언어로 이야기되지만, 현장에서 바라보면 결국 ‘사람이 남아 있느냐’의 문제다.
누군가는 도시로 떠나고, 누군가는 고향을 지키기 위해 남는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떠났다가 돌아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향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간다.
‘쉼표커피’는 그런 청년의 작은 시도 가운데 하나다.
비어 있는 가게를 그대로 두지 않고, 작은 커피 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대단한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고, 당장 지역의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지역의 빈 공간에 다시 불을 켜고, 청년이 고향에서 무엇인가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분명 작지 않다.
청송의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화려한 간판보다 먼저 산과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그 풍경 한편에 자리한 작은 무인카페.
‘쉼표커피’는 그래서 카페라기보다 한 청년의 꿈이 잠시 머무는 공간에 가깝다.
부모님과 함께 고향에서 살아가겠다는 마음.
비어 있는 공간을 그냥 방치하지 않겠다는 생각.
그리고 언젠가는 청송에서 농업과 창업으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보겠다는 욕심.
그 꿈들이 작은 가게 안에 조용히 켜져 있다.
지역을 살리는 일은 어쩌면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고향을 떠나지 않는 것.
한 청년이 비어 있는 공간에 다시 문을 여는 것.
한 사람이 자신의 꿈을 지역에서 펼쳐보는 것.
그 작은 움직임들이 하나둘 모여 마을의 풍경을 바꾸고,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
오늘도 청송의 산과 들 사이로 길은 이어진다.
바쁘게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사람들에게 길가의 작은 가게 하나가 말을 건넨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청송의 길목에서 만난 작은 쉼표.
그 안에는 커피 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꿈을 키워보려는 한 청년과 부모님의 삶, 그리고 사라져가는 농촌에 다시 사람의 온기를 불어넣고 싶은 작은 바람이 함께 머물고 있다.
아직은 작고 소박한 시작이다.
하지만 모든 꿈은 그렇게 시작된다.
비어 있던 공간에 불을 켜는 일에서, 그리고 고향에 남아 내일을 꿈꾸는 한 사람의 마음에서.
경상북도 청송군 청송읍 길안청송로 1659 "쉼표커피" 대표 남경민 010-8183-81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