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ews25] 김성재 기자 = 안동댐이 준공 50년을 맞아 국가 수자원 공급의 핵심 기반을 넘어 물·에너지·환경을 결합한 지역 미래성장 거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반세기 동안 국가 산업화와 영남권의 성장을 뒷받침한 안동댐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그 성과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새로운 발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연구원(원장 유철균) 김희철·김기호 박사는 10월 29일 발표한 「CEO Briefing」 제774호 ‘안동댐 50년, 국가의 자산에서 지역의 미래로’를 통해 안동댐의 미래 비전과 실행전략을 제시했다.
■ 국가 산업화의 버팀목 안동댐…지역에는 규제와 희생 남아
1976년 준공된 안동댐은 임하댐과 함께 영남권 산업화와 낙동강 수계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책임져 왔다. 두 댐의 총저수용량은 18억4,300만㎥, 연간 용수 공급능력은 약 15억2,000만㎥에 달한다. 산업·생활용수 공급과 홍수조절을 통해 국가 경제와 지역 산업 발전을 뒷받침한 핵심 기반시설이다.
그러나 국가적 편익의 이면에는 지역의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두 댐 건설로 약 2만8,000명이 삶의 터전을 옮겼고, 안동시 면적의 15.2%인 231.2㎢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의 생활권과 토지이용에도 제약이 이어졌다.
생활 인프라 격차도 여전하다. 댐 주변 면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은 54~62%, 하수도 보급률은 10~38% 수준으로 안동시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낙동강 수계기금의 가구당 주민지원액 역시 한강 수계의 약 27%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북연구원은 안동댐이 제공해 온 국가적 편익에 걸맞게 주변 지역의 생활 기반을 확충하고 주민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댐을 둘러싼 규제와 부담은 지역에 남고 편익은 광역적으로 공유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 기후위기·AI 시대, 안동댐의 물이 새로운 산업자산으로
기후위기는 안동댐의 역할을 다시 묻고 있다. 가뭄과 집중호우, 녹조, 대형 산불 등으로 낙동강 상류의 수량·수질 관리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안동댐 평균 저수율은 2017~2025년 61.4%에서 2026년 1~8월 43.5%로 낮아졌다. 2025년 산불 이후에는 토사와 탁수 유입 우려까지 더해져 수질 관리와 안정적인 용수 공급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동시에 반도체와 바이오,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용수·냉각 수요가 증가하면서 안동댐의 산업적 가치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안동호와 임하호의 양호한 원수 수질, 약 4~6℃의 저층 수온은 고순도 공업용수와 수열에너지 활용을 위한 잠재적 자원으로 평가된다.
다만 잠재력이 곧바로 공급 여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두 댐의 연간 미계약량 2억4,390만㎥도 가뭄 대응과 기존 용수 수요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가 공급 가능량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기존 용수 관리의 효율을 높이고 산업용수 재이용과 수열에너지 활용을 확대하는 한편, AI 기반 유역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해 물의 활용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자원 안정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산업 수요에 대응하는 단계적 접근이 핵심이다.
■ 춘천 수열에너지·상주 스마트팜이 보여준 가능성…사업성 검증이 관건
국내외 사례는 안동댐의 미래전략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소양강댐은 준공 50주년을 계기로 수자원의 새로운 가치를 조명하고 있으며, 춘천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는 장기간의 검토를 거쳐 추진되고 있다. 상주에서는 기존 원수관로를 활용한 스마트팜 냉난방 사례를 통해 수열에너지의 활용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이들 사례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면 실제 수요처를 확보하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경제성과 환경 영향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수자원 개발의 편익을 상류 지역과 공유하는 제도적 장치도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수원지역대책특별조치법과 관련 기금을 통해 상류 지역의 생활 기반 정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도 수력자원 활용에 따른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경북연구원은 안동댐을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와 연계해 수질·수열·물재해 분야의 현장 실증 거점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단순히 물을 공급하는 시설을 넘어 물산업 기술을 시험하고 검증하는 전진기지로 발전시키자는 구상이다.
아울러 신규 사업으로 창출되는 수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지역산업 육성과 주민 편익으로 이어지도록 수익 공유와 지원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래 50년, ‘물·에너지·환경 융합 안동댐’으로 도약
연구진이 제시한 안동댐의 미래 비전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물·에너지·환경 융합 안동댐’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물산업 육성 ▲환경관리·물재해 대응 ▲물에너지 기반 탄소중립 ▲수변 활용·지역 상생 등 4대 전략을 추진하고, 3개 분야 10대 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물산업파크 조성, 수상태양광 도입, 순수·초순수 공급 기반 구축, 유역 물재해지원센터 유치, 수변관광 활성화 등이 제시됐다. 물산업과 에너지, 환경, 관광을 연계해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개발 속도보다 우선해야 할 원칙은 수자원 안정성과 수질 보전이다. 기존 수자원 관리의 효율화에서 산업용수 재이용과 수열 활용으로 범위를 넓힌 뒤, 실제 공급 여력을 검증해 신규 용수 배분을 검토하는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 수상태양광과 수변 개발 역시 주민 이익공유와 자연환경 보전을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
■ 협의체 구성·지원기금 확대…물의 편익을 지역의 미래로
사업의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연구진은 가칭 ‘안동댐 미래발전 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안동시와 K-water를 중심으로 중앙정부와 관계기관,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민지원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댐 주변 지역의 지원기준과 토지이용 규제를 재검토하고, 수계기금의 상류 지역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해 수자원 활용에 따른 편익이 지역에 실질적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에는 유역 물재해지원센터 안동 유치, 안동댐·임하댐의 편익 재산정과 주변 지역 지원 확대, 가뭄 대응 용수 배분 기준 마련, 물산업파크 조성과 경북 북부권 용수 공급을 위한 국비 지원 등을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제를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관계기관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10년 단위 실행계획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동댐의 지난 50년이 국가 산업화와 수자원 안보를 지탱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그 가치가 지역의 성장과 주민의 삶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연구원은 안동댐의 국가적 기능을 강화하면서 지역의 정당한 편익도 함께 확대하는 상생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물을 지키는 댐에서 물의 가치를 키우는 댐으로, 국가의 자산에서 지역의 미래를 여는 전략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안동댐 미래 50년의 핵심 과제다.

